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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오름

돈 광부 2025. 5. 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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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부오름 관련사진

    제주에는 많은 오름이 있지만, 봄날 조용히 걸으며 자연과 마음을 나누기에 가장 좋은 곳은 아부오름이다. 가시리의 평화로운 자전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노란 유채꽃과 초록 능선이 어우러진 아부오름이 여행자 곁으로 다가온다. 유난히 바람이 다정한 이곳에서, 계절은 풍경이 되고, 풍경은 기억이 된다.

    아부오름 위치 및 교통 안내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19

    ● 지도 보기: 네이버지도에서 아부오름 보기 | 카카오지도에서 아부오름 보기

    ● 위치 설명:
    제주 동남부 표선면 가시리 마을에 위치하며, 녹산로 유채꽃길과 가시리 자전거도로 옆에 조용히 자리해 있습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약 1시간 10분, 서귀포시청에서는 약 50분 거리입니다. 오름 입구에는 소형차량 주차가 가능한 공터가 있으며, 인근에 카페나 상점은 없으므로 식음료는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 대중교통 안내:
    급행버스 181번 또는 동부간선 버스를 타고 가시리입구 정류장 하차 후 도보 약 20분. 대중교통보다는 렌터카 이용이 훨씬 편리합니다.

    자전거길 따라 천천히, 아부오름으로 걷는 길

    바람이 좋은 날이었다. 가시리 자전거길에는 바람개비가 천천히 돌아가고, 길가의 유채꽃이 일제히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페달을 밟는 대신, 나는 걷기로 했다. 빠르지 않아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속도로.

    아부오름은 그 길 끝자락에 조용히 앉아 있다. 누군가가 다정하게 손을 내밀 듯, 높지도 낮지도 않게 땅과 하늘 사이를 지키는 모습이다. 오름이라기보다는 품이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길은 대체로 평탄하고, 흙냄새는 따뜻하다. 발밑의 작은 돌들은 누군가 오래전부터 이 길을 걸었다는 흔적처럼 느껴지고, 유채꽃 사이로 나비가 날아오르면 나는 그저 멈춰 선다. 시간을 되도록 느리게 흘려보내고 싶었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여행자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런 인사가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는 건, 이 길에 ‘여유’라는 단어가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뭇잎은 속삭이고, 풀은 몸을 낮추고,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아부오름에 가는 길은, 풍경을 듣는 여행이다.

    아부오름에서 맞이하는 봄바람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길. 천천히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능선 위. 아부오름의 품은 생각보다 넓고도 깊었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 능선은 아직 겨울의 흔적을 머금고 있었지만, 오름 아래로 펼쳐진 가시리는 노랗고 연둣빛이다.

    바람은 온몸을 감싸 안는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바람은, 마치 “잘 왔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사람의 말보다 바람의 인사가 더 진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봄바람은 그런 존재였다.

    오름 위에 서면 시간도 걷는다. 구름은 천천히 지나가고, 풀잎이 스치는 소리는 이 계절이 얼마나 부드러운지를 알려준다. 나무 한 그루 없이 드넓게 펼쳐진 초지 위에서 나는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 앉았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냥 그런 오름 아니야?” 하지만 아부오름은 그런 이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곳은 이야기로 남는 곳이 아니라, 느낌으로 스며드는 장소다. 말보다는 숨을 고르게 되는 공간. 그저 바람 한 줄기에도 마음이 젖는 곳.

    유채꽃이 말없이 건네는 풍경

    아부오름을 내려오는 길, 유채꽃밭이 다시 나를 반긴다. 한 무리의 꽃들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햇살이 꽃잎을 스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눈으로 찍힌 장면은 선명했다.

    유채꽃은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피어 있고, 그저 흔들릴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다.

    봄은 그렇게 온다. 꽃이 말없이 피어나고, 바람이 말없이 지나가고, 사람은 말없이 걸으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어떤 풍경보다도 진한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하게 퍼져 나간다.

    나는 꽃길을 걷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아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감정을 꺼내어 가슴에 넣는다. 아부오름은 그런 감정을 품게 해주는 곳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오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풍경이 다 전해주는 오름. 나는 봄의 문장 하나를 이곳에서 배운다. ‘가만히 있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마음의 숨을 돌리는 여행

    아부오름은 오름이라기보다는, 봄이라는 계절의 마음이다.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장소.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한 걸음씩 천천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오름이다. 자전거 소리, 유채꽃 향기, 봄바람의 손길을 느끼며 걷고 싶은 날이 있다면, 꼭 아부오름으로 떠나보시길 바란다. 마음의 숨을 돌리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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